송창민의 철학론 8

고독의 가망성

고독이란 혼자 있을 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. ​ 누구와 함께 무엇을 하든 ​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없다면 ​ 인간은 고독을 피할 수 없다. ​ 다만 각자의 질량에 따라 고독의 가망성이 달라질 뿐이다. ​ 단순한 사람은 무리에 섞여 금방 자기 자신을 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. ​ 점점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. ​ 그렇게 되면 분별 있는 관계가 형성되고, 무리 문화가 사라지게 된다. ​ 안 그래도 먹고, 살기 힘든 세상이기 때문에 남들을 챙길 여력도 없다. ​ 먹고, 마시고가 아니면 자신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드물다. ​ 이제 누구라고 고독을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? ​ ​ ​ ​ ​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길을 잃어버리면 어느 길로 가든 고독이다.

이제 시시해진 인간

예전에는 사람이 사람을 알아줬다. ​ 재미있는 얘기만 알고 있어도, ​ 좋은 음악과 영화만 알고 있어도 ​ 매너만 있어도 알아줬다. ​ 관심을 갖고 집중하며 호응해줬다. ​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람을 먼저 찾았다. ​ 하지만 지금은 사람이 사람을 알아주지 않는다. ​ 이제 스마트폰으로 한 손 안에 세계 정보를 흡수할 수 있다. ​ 점점 자극에 길들여져 사람에 대한 감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. ​ 인맥 범위가 아니라 ​ 세계 범위에서 비교를 하기 때문에 친구도, 선배도, 교수도 시시하다. ​ 잘생기고, 예뻐도 마찬가지다.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. ​ 인간은 항상 진화의 원칙에 따라 더 큰 자극을 향해 나가기 때문에 ​ 앞에 있는 사람에게 흥미가 없다면 스마트폰만 보게 된다. ​ 상대방보다 더 큰 질량이..

그래 빨리 도망가자

그래도 너무 혼자만 있으면 안 되니까 ​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 ​ 생각에 만남을 약속한다. (대부분 이런 자기 생각에 속고 또 속는다) ​ 오랜만에 차려 입고 나가니 기분은 좋다. ​ 하지만 그 기분도 잠시뿐 ​ 막상 사람을 만나니 ​ 이내 지루함과 권태가 밀려온다. ​ 또 뻔한 얘기, ​ 일부러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​ 별로 궁금하지 않은 것도 물어봐야 하고 ​ 조금만 진중하고 영적인 말을 하면 ​ 서로가 멍해질 뿐이다. ​ 이 지겨운 시간을 피해가기 위해서는 ​ 뭐라도 해야 하거나 먹어야 한다. ​ 오랜만에 만났으니 고기를 먹자고 한다. ​ 시끄럽고 산만한 삼겹살 집에서 ​ 고기를 굽는 시간 동안 ​ 또 지겹게 의무적인 말을 해야 한다. ​ 그래 그냥 고기나 먹고 빨리 집에 가자. ​ "고기 3인..

결혼하면 나이 들어 자신을 돌봐 줄 가족이 있다?

물론 결혼해서 가족이 있으니 ​ 자신이 나이가 들어 ​ 힘 없고 아플 때 ​ 돌봐 줄 가족이 있을지도 모른다. ​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​ 단순 이상적 판단일 가망성이 크다. ​ 왜냐하면 앞으로 점점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각자가 너무 살기 어렵기 때문에 가족에게 서로 피해만 안 줘도 다행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. ​ 허나 어리석은 사람들은 ​ 단순히 결혼을 하면 가족이 생기니 ​ 자신이 늙으면 가족이 ​ 자신을 보살펴 줄 것이라고 맹신하고 있다. ​ ​ ​ ​ 당신의 자녀들은 당신의 가족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