그래도 너무 혼자만 있으면 안 되니까
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
생각에 만남을 약속한다.
(대부분 이런 자기 생각에 속고 또 속는다)
오랜만에 차려 입고 나가니 기분은 좋다.
하지만 그 기분도 잠시뿐
막상 사람을 만나니
이내 지루함과 권태가 밀려온다.
또 뻔한 얘기,
일부러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
별로 궁금하지 않은 것도 물어봐야 하고
조금만 진중하고 영적인 말을 하면
서로가 멍해질 뿐이다.
이 지겨운 시간을 피해가기 위해서는
뭐라도 해야 하거나 먹어야 한다.
오랜만에 만났으니 고기를 먹자고 한다.
시끄럽고 산만한 삼겹살 집에서
고기를 굽는 시간 동안
또 지겹게 의무적인 말을 해야 한다.
그래 그냥 고기나 먹고 빨리 집에 가자.
"고기 3인분 더 추가 할까요?"
그는 지금까지 그 어떤 시간보다
고기를 추가 주문할 때
가장 적극적이고 진중하다.
아! 빨리 집에 가고 싶을 뿐이다.
괜히 나왔다.
집에서 혼자 조용히 책이나 읽거나
운동이나 할 것을.
그래 빨리 도망가자.
고독한 사람 중에서는 고독이 좋아서가 아니라 도망가다 고독까지 오게 된 사람들도 많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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