송창민의 철학론

그래 빨리 도망가자

송창민 2023. 8. 29. 06:01

 

그래도 너무 혼자만 있으면 안 되니까

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

생각에 만남을 약속한다.

(대부분 이런 자기 생각에 속고 또 속는다)

오랜만에 차려 입고 나가니 기분은 좋다.

하지만 그 기분도 잠시뿐

막상 사람을 만나니

이내 지루함과 권태가 밀려온다.

또 뻔한 얘기,

일부러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

별로 궁금하지 않은 것도 물어봐야 하고

조금만 진중하고 영적인 말을 하면

서로가 멍해질 뿐이다.

이 지겨운 시간을 피해가기 위해서는

뭐라도 해야 하거나 먹어야 한다.

오랜만에 만났으니 고기를 먹자고 한다.

시끄럽고 산만한 삼겹살 집에서

고기를 굽는 시간 동안

또 지겹게 의무적인 말을 해야 한다.

그래 그냥 고기나 먹고 빨리 집에 가자.

"고기 3인분 더 추가 할까요?"

그는 지금까지 그 어떤 시간보다

고기를 추가 주문할 때

가장 적극적이고 진중하다.

아! 빨리 집에 가고 싶을 뿐이다.

괜히 나왔다.

집에서 혼자 조용히 책이나 읽거나

운동이나 할 것을.

그래 빨리 도망가자.

고독한 사람 중에서는 고독이 좋아서가 아니라 도망가다 고독까지 오게 된 사람들도 많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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